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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과목 아닌 언어 .. 모국어 익히듯 해야 ..
김충환 교수의 ‘영어 공포증 없애기’ 비법

새 정부의 영어교육 강화 정책 때문에 학부모들은 ‘영어공포증’에 시달린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영어교육 방법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영어학원에 더 매달리게 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김충환 공주대 교수는 영어교육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없애야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을 때 함께 간 자녀를 홈스쿨링을 통해 가르치면서 터득한 영어교육에 관한 경험을 <조기유학을 능가하는 영어공부법>(꿈이 있는 세상)라는 책으로 펴낸 바 있다. 그는 ‘시험 위주, 성적 위주의 영어교육’ 대신 ‘언어로 접근해 스스로 터득하는 영어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생후2년 1만2천시간 듣기·말하기 해야 의사소통 조금<>비디오로 학습하면 쉽게 질려…부모들 조바심 버려야<>시험 위한 학습 한계…문화와 함께하는 행복한 영어를


- 새 정부의 교육정책 때문에 영어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걱정이 늘고 있다. 영어교육에 대해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 또는 편견은 무엇인가?
“먼저 영어에 대한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공부로서 접근하는 영어, 성적으로 접근하는 영어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어를 잘하는 기준을 수능시험이나 토플ㆍ토익 같은 영어시험 성적을 몇 점 받느냐로 삼는 것도 문제다. 그런 시험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은 학생들도 원어민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또 부모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 (영어교육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지도 않으면서 막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어를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끄럽게 여긴다.”

- 그래도 진학과 대학 입시를 위해서는 영어공부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아니다. 모든 교육이 대학 입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서 교육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처럼 영어교육의 문제점도 거기에서 비롯한다. 영어공부의 동기가 대학입시면 여전히 암기식 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토플 공부를 한다. 토플이 뭔지 부모들도 잘 모른다. 토플은 미국 대학원에 입학하려는 이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수업을 들을 만한 수준인지 평가하는 시험이다. 인문학적 지식과 소양이 없으면 풀기 어렵다. 초등학생의 지적 성숙 정도로는 사실상 풀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시험 보는 요령만 익혀서 좋은 점수를 따고, 테크니션이 된 뒤에는 그 내용은 잊어버린다. 중요한 것은 영어가 하나의 과목이 아니라 언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한국말을 배우는 방법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모국어를 배우는 방식으로 영어를 배워야 오래간다.”

- 영어를 언어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나?
“영어 환경을 만들어준다면서 비디오테이프나 오디오테이프를 매일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가 한국말을 배울 때 그렇게 하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디오의 경우에는 이미 피해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듯이 부작용이 심각하다. 일단 영어를 공부로 접근하면 아이들은 영어에 쉽게 질리게 된다. 유아기부터 억지로 영어를 배운 학생들 가운데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 영어공부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생긴다. 억지로 하는 영어공부의 결말이다. 영어책을 사줘도 읽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그러면 공부로 변질된다. 아이들은 영어책을 봐도 그림부터 보는데 부모들은 글자를 읽는지부터 살핀다.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

- 그러면 영어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좋은가?
“아이들 대부분이 영어공부를 하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대전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쉽고, 넓고, 다양하게 영어를 접하도록 해줘야 한다. 재미와 흥미라는 요소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억지로 성장촉진제를 맞는 것과 같아서 효과가 오래가지 못한다.”

영어교육에도 모국어 습득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영어를 제대로 배우는 지름길이다. 사진은 대구의 한 초등학교가 연 영어체험학습센터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 당장 학교에서 보는 영어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지 않은가?
“영어 공부의 장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대학입시를 위한 영어공부인지, 아니면 아니면 영어권 학생들 수준에 버금가는 영어실력을 쌓으려는 것인지 등을 분명히 해둬야 한다. 그래야 영어에 들이는 노력의 정도가 달라진다. 정부에서 말하는 ‘생활영어를 잘하는 수준’이라면 그렇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수능시험만을 잘 보기 위한 영어도 마찬가지다. 고급영어를 하려면 적어도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정도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 구체적으로 하루에 몇 시간이나 영어공부에 투자해야 하나?
“모국어인 우리말을 배워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는 데도 최소한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매일 15시간 한국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단순한 계산법이기는 하지만, 생후 2년 동안 듣기ㆍ말하기에 투자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모두 1만2000시간 정도 된다. 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해야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 4학년까지 10년 동안 매일 1시간씩 영어공부를 한다고 하면 투입 시간은 3650시간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시간을 문법이나 단어 암기, 독해를 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어서 듣기나 말하기에 쓰는 시간만 따지면 10% 정도, 즉 365시간 정도밖에 안 된다. 이것을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거주한 기간으로 따져보면 겨우 21일밖에 안 된다. 그 정도 거주하고 영어회화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절대적인 투입 시간을 늘려야 한다. 학원을 뺑뺑이 돌리는 방식으로는 영어교육에 집중하기 어렵다. 상당한 시간을 투입해야 하고 끈질기게 기다리는 자세가 부모들한테 필요하다.”


- 시디롬(CD-ROM)을 통한 영어교육 방법의 우수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디롬을 통한 교육은 비디오테이프 시청이나 오디오테이프 청취와는 달리 상호작용이 있다. 재미와 흥미를 줄 수 있고, 능동적 참여가 이뤄지며 그 과정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의 듣기 실력이 유아기, 취학 전, 유치원, 초등학교 과정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살펴 그 수준에 맞는 것을 골라줘야 한다. 그러나 시디롬에 관심을 가지려면 아이를 충분히 쉬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시디롬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어책,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 등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문법 위주로 되어 있는 책은 좋지 않다. 아이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


- 원어민 강사로부터 직접 배우는 영어교육은 어떤가?
“그것도 아이의 듣기 능력이 어느 정도 길러진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위적으로 그런 조건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저절로 영어 수준이 높아지지 않는다. 요컨대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영어를 해야 한다. 또 언어교육의 본질에 맞게 스스로 깨치고 터득할 때까지 부모들은 진득하게 기다려줘야 한다. 다른 공부와 마찬가지로 영어도 부모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이뤄져야 한다. 언어는 문화와 함께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적 접근을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영어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한다. 영어는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있을 때 유용하게 쓸 ‘도구’로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할 수 있다.”글·사진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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